2020년 8월 9일 - 입을 닫아야 들을 수 있고, 눈을 감아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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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련회는 다른 수련회와는 너무도 다른 수련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코로나가 우리로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는 우리를 힘들게 하고 여러 가지를 잃어버리게 하고 아프게 하였지만, 그러나 전혀 다른 세계로 인도해 주는 유익을 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수련회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마음껏 소리 내어 부르는 찬송과 두 눈을 크게 뜨고 아멘 하고 말씀을 받았으며, 힘을 다하여 소리 내여 기도하고, 조별로 모여 머리를 맞대고 조별 연습과 발표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수련회는 입을 다물고 하는 찬양, 그래서 듣고 마음으로 하는 찬양과 눈을 감고 가슴으로 듣는 말씀과 말씀을 듣기만 하고 살지 못했던 것을 진실하게 나누는 나눔입니다. 이 모든 것은 코로나가 우리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도 마음이 아닌 입으로 부르는 찬양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도 말씀을 듣기만 하고 삶으로 살지 않는데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교회의 문을 닫게 하시고, 그것도 모자라 입을 닫게 하셨고, 눈을 감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입을 닫아야만 마음이 열리고, 입을 닫을 때에 비로소 자신의 모습이 보이고,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것을 눈을 감아야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눈을 감아야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내면도, 하나님의 사랑도, 그리고 가장 소중한 사람도 모두 눈을 감아야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입을 다물어야만 말씀하시고, 입을 다물 때 말씀이 들리고, 입을 다물 때 주님이 일하시고, 입을 다물어야만 능력이 나타나고, 입을 다물어야만 깨닫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얼마나 보는 것 때문에 보지 못하고, 말하므로 듣지 못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얼마나 보는 것으로 더럽게 되고, 보는 것 때문에 약하게 되고, 얼마나 보는 것 때문에 많은 것을 잃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얼마나 말하므로 약하게 되고, 말하므로 듣지 못하게 되고, 말하므로 무능하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주님은 “내가 심판하러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들은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이 되게 하려 함이라. 너희가 맹인이 되었더라면 죄가 없으려니와 본다고 하니 너희 죄가 그대로 있느니라” 하셨던 것입니다. 주님은 침묵하심으로 모든 고난과 수욕을 이기셨으며, 주님은 침묵하심으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부탁하고 맡기심으로 하나님께서 주님이 누구신지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눈을 감을 때 보게 되고, 침묵하는 것이 가장 크게 말하는 것이고, 잠잠히 기다리는 것이 많은 일을 하고, 자기를 작게 할 때 가장 큰 자가되고, 자기를 불편한 자리에 둘 때 자기를 가장 안전하게 하는 것인데 우리는 반대적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어려운 시대에 아무리 애를 쓰고 기도해도 잘 안 되는 것을 입을 닫고 눈을 감고 입을 닫음으로 보고, 듣고, 깨닫고, 말하고, 존재가 되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우리가 말하기보다 침묵의 시간을 더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눈을 떠서 볼 수 없는 것들을 눈을 감음으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보고 들었던 것을 형제들과 함께 나눔으로 공동체 안에 함께 하시고 그 안에서 특별하게 더 깊고, 더 넓고, 더 크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경험했으면 합니다. 그러므로 고통 가운데 희망이 없이 절망가운데 살아가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주님 앞에 나와 그들도 우리와 같이 구원받는 은혜가 있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고통과 어두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가가 이 세상을 살아야 할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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